AI 대전환기, 새 정부의 길을 묻다: 대한민국 AI 거버넌스의 미래
격변의 정국, AI와 정부 거버넌스의 교차점
대한민국 정치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다시 한번 거센 변화의 물결에 휩싸였습니다. 조기 대선이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새 정부는 단순한 정치 안정만이 아니라, 산업과 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이런 혼돈의 한가운데에서 ‘AI(인공지능)’라는 키워드는 이제 더는 전문가들만의 대화 소재가 아닙니다. 자동차,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 등 전 산업에 스며든 AI는 이미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기술과 사회의 변화를 관찰해 온 필자로서, 지금 대한민국이 ‘AI 대전환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 운명의 길목에 서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 고민의 흔적을 여러분과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정부 조직개편, AI 담당 부처의 위상 변화
AI, 정부 조직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다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늘 그렇듯 ‘정부 조직개편’과 ‘콘트롤타워 신설’ 논의가 단골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AI가 이 거버넌스 논의의 중심에 깊이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대권을 겨루고 있는 주요 후보들 모두, 저마다 AI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AI 3강 도약’을 1호 공약으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와 AI정책보좌관 신설, 국가AI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을 약속했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를 ‘교육과학부’로 통합해 AI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단순한 선거 공약에 그치지 않습니다. 현직 장관부터 학계, 산업계까지 AI 담당 부처의 위상 격상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가지고 있던 인공지능정책관 및 최근 신설된 국가AI위원회는 분명 진전된 성과지만, 여러 부처 간 조정과 통합적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분산된 정책의 한계와 통합의 필요성
현실을 들여다보면, AI 정책과 예산이 각 부처로 분산되면서 중복, 비효율, 종종 방향성의 혼선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한국의 정부 조직과 업무 분배는 전문성을 강조한 분업화 구조이나, 부처 간 협업을 위한 수평적 연계의 제도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대통령 자문위원회 수준에 머무는 국가AI위원회는 강력한 정책 조정력이나 집행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탄핵 국면처럼 국가적 유동성이 커지는 시기, 과기정통부가 조 단위의 추경 예산을 빠르게 확보해 GPU 구매 등 AI 인프라를 확장한 것은 의미 있지만, 여전히 조직개편 및 부처 이기주의의 벽에 부딪히고 있죠.
AI혁신부, 새로운 콘트롤타워의 설계
“혁신을 압박하는 메기가 되어야 한다”
학계와 정책 전문가들은 단순히 한 부처 내의 기능 강화를 넘어, 정부혁신 전체를 아우르는 ‘부총리급 AI혁신부’ 신설을 적극 제안하고 있습니다. 가천대 최경진 교수는 “AI혁신부는 단순한 시스템 관리자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반영한 혁신 촉진자(CINO)로서 정부 전체 부처에 혁신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이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 것은, 저 또한 지난 20여 년간 변화의 물결을 볼 때마다 항상 ‘도전과 압박’이 있었기에 진정한 혁신이 가능했다는 경험 때문입니다. 마치 한적한 공원의 잔잔한 연못에 뛰어드는 메기처럼, 새로운 조직이 기존 부처에 자극을 주고, 정부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AI를 기반으로 한 산업·사회 혁신 프레임
AI를 정책 추진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삼아, 궁극적으로는 정부혁신과 산업혁신을 촉진해야 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한양대 신민수 교수는 전통적으로 통신 네트워크에 집중되던 디지털 정책의 패러다임을, AI라는 미들웨어를 도입해 각 산업별 맞춤형 혁신(애플리케이션 단)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재설계는 단순히 조직을 바꾸려는 논의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전 세계 AI 경쟁의 격랑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긴 호흡의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대통령실 AI 수석, 그리고 미디어 정책의 미래
대통령실, 미래전략 콘트롤타워의 필요성
정책 집행력과 조정력에 있어 대통령 비서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대통령실 내 AI 수석비서관, 혹은 혁신수석의 신설은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을 의미합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최근 이슈 보고서에서 “대통령실 내에 산업기술혁신 역량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콘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정책이 현장에서 힘을 가지려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서 실질적인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번 실감한 바 있습니다. 미래전략수석, AI혁신수석 등 강력한 지원 체계가야말로 변화의 동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AI와 미디어 정책, 통합 논의의 명암
또 한 축에서,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미디어 산업도 AI 못지않게 조직 개편의 목소리가 큽니다.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의 통합, 정보미디어부 신설, 공영미디어위원회 분리 등이 논의되는 가운데, 방송미디어 현안에 치우쳐 ICT(정보통신기술)와 AI 등 미래 핵심기술이 소홀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앙대 안정상 교수의 경고처럼 ICT와 미디어는 각각 산업 전반의 근간이기에 과도한 통합은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AI 기반 기술은 정부와 사회 전반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파편화된 정책의 벽을 허물고,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을 세워야 진짜 도약이 가능하죠.”
변화의 길목,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정부 조직개편의 본질: 위상 격상, 실행력, 시대정신
결국 조직개편의 핵심은 단순한 위상 격상이나 부서 간 통합이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AI와 미디어, ICT의 통합/분리 논쟁을 넘어서, 대한민국이 기술 패권 경쟁과 산업혁신의 파도 속에서 어떤 비전과 실행력을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들
- 강력한 정책 콘트롤타워: 대통령실 내 AI혁신수석, 혹은 미디어/ICT 콘트롤타워 신설
- 부총리급 AI혁신부 신설: 각 부처를 조정·압박하며, 정부 전체에 혁신적 변화 촉진
- 명확한 역할 분담과 수평적 협업체계: 부처 간 중복을 방지하고, 효율적 실행력 강화
- AI 정책은 수단, 목적은 정부·산업 혁신: 정책 프레임의 근본적 전환
- 미래 전략의 독립성 보장: 미디어·ICT·AI 각 분야의 고유성과 독립적 육성
마치며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역사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그리고 이를 이끌 정부 조직개편이라는 숙제. 한적한 공원의 새소리처럼 변화는 늘 우리 주변에 있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끌어 갈 용기와 지혜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내야 할 몫입니다.
이번 대전환의 시기, 새 정부와 사회가 AI와 미디어 혁신의 본질을 놓치지 않기를, 그리고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도 대한민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감히 그 물결의 한가운데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서로를 북돋우는 동행자가 되길 소망합니다.